만약 당신의 비즈니스 심장과도 같은 데이터베이스가 갑작스러운 하드웨어 장애, 소프트웨어 오류, 혹은 랜섬웨어 공격으로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상상만으로도 아찔한 이 재앙으로부터 우리의 소중한 데이터를 지켜내는 최후의 보루가 바로 ‘데이터베이스 백업(Database Backup)’입니다. 백업은 단순히 데이터를 복사해두는 행위를 넘어, 비즈니스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데이터 유실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는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안전장치입니다.
하지만 모든 백업이 똑같지는 않습니다. 시스템의 특성과 비즈니스의 요구사항에 따라 우리는 ‘전체’, ‘차등’, ‘증분’, ‘트랜잭션 로그’ 등 다양한 백업 방식을 전략적으로 조합하여 사용해야 합니다. 어떤 백업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데이터 복구에 걸리는 시간과 유실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각 데이터베이스 백업 방식의 특징과 장단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우리 시스템에 맞는 최적의 백업 전략을 수립하는 방법을 A부터 Z까지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모든 것의 시작: 전체 백업 (Full Backup)
전체 백업은 이름 그대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하는 모든 데이터 파일과 객체를 하나도 빠짐없이 통째로 복사하여 백업 파일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이고 완전한 형태의 백업입니다. 이는 특정 시점의 데이터베이스를 그대로 사진 찍어 보관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른 모든 백업 방식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에, 어떤 백업 전략을 사용하든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전체 백업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함’과 ‘신속한 복구’에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마지막으로 받아둔 전체 백업 파일 하나만 있으면 해당 시점으로 간단하고 빠르게 복구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절차 없이 하나의 파일만 복원하면 되므로, 복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의 가능성이 적고 신뢰도가 높습니다. 재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인 ‘복구 시간 목표(RTO, Recovery Time Objective)’를 단축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전체 백업의 한계
하지만 전체 백업은 명확한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의 전체 크기만큼 백업 파일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상당한 저장 공간을 차지하며, 백업을 수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 또한 매우 깁니다. 백업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데이터베이스와 서버에 상당한 부하가 발생하여 시스템의 전반적인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용량 데이터베이스를 매일, 또는 하루에도 여러 번 전체 백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전체 백업은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주말과 같이 시스템 사용량이 적은 시간대에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변화의 발자취를 좇다: 차등 백업과 증분 백업
매번 전체 데이터를 백업하는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변경분’만 백업하는 차등 백업과 증분 백업입니다. 이 두 방식은 전체 백업 이후에 변경된 데이터만 식별하여 백업함으로써 백업 파일의 크기와 백업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줍니다.
차등 백업 (Differential Backup)
차등 백업은 마지막 ‘전체 백업’ 이후에 변경된 모든 데이터를 백업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일요일에 전체 백업을 수행했다면, 월요일의 차등 백업은 일요일 전체 백업 이후의 모든 변경분을, 화요일의 차등 백업 역시 일요일 전체 백업 이후의 모든 변경분을 백업합니다. 즉, 백업의 기준점이 항상 마지막 ‘전체 백업’이 됩니다.
[차등 백업의 작동 방식]
- 일요일: 전체 백업 (기준점)
- 월요일: 일요일 이후 변경된 A블록 백업
- 화요일: 일요일 이후 변경된 A, B블록 백업
- 수요일: 일요일 이후 변경된 A, B, C블록 백업
차등 백업의 장점은 복구가 비교적 간단하고 빠르다는 것입니다. 장애가 발생하면, 가장 최신 전체 백업 파일과 가장 최신 차등 백업 파일, 단 두 개만 있으면 완벽하게 복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지막 전체 백업 이후의 변경분이 누적되므로, 차등 백업 파일의 크기는 점점 커지고 백업 시간도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증분 백업 (Incremental Backup)
증분 백업은 마지막 ‘백업'(전체 백업이든 증분 백업이든) 이후에 변경된 데이터만 백업하는 방식입니다. 즉, 백업의 기준점이 바로 직전의 백업이 됩니다.
[증분 백업의 작동 방식]
- 일요일: 전체 백업 (기준점)
- 월요일: 일요일 이후 변경된 A블록 백업
- 화요일: 월요일 이후 변경된 B블록 백업
- 수요일: 화요일 이후 변경된 C블록 백업
증분 백업의 가장 큰 장점은 매번 백업 시 변경된 부분만 저장하므로 백업 파일의 크기가 매우 작고 백업 속도가 빠르다는 것입니다. 저장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시스템 부하를 최소화할 수 있어, 백업 주기를 매우 짧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구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데이터를 완전히 복구하려면, 마지막 전체 백업 파일과 그 이후에 수행된 ‘모든’ 증분 백업 파일을 순서대로 하나도 빠짐없이 적용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증분 백업 파일이라도 손상되거나 유실되면 전체 복구가 불가능해질 수 있어 안정성 측면에서 위험 부담이 따릅니다.
| 구분 | 전체 백업 | 차등 백업 | 증분 백업 |
| 백업 대상 | 모든 데이터 | 마지막 전체 백업 이후 변경된 모든 데이터 | 마지막 백업 이후 변경된 데이터 |
| 백업 속도 | 매우 느림 | 보통 (시간이 지날수록 느려짐) | 매우 빠름 |
| 백업 용량 | 매우 큼 | 보통 (시간이 지날수록 커짐) | 매우 작음 |
| 복구 속도 | 매우 빠름 | 빠름 | 매우 느림 |
| 복구 복잡도 | 단순 (파일 1개) | 보통 (파일 2개) | 복잡 (파일 N개) |
데이터 유실을 최소화하는 비장의 무기: 트랜잭션 로그 백업
전체, 차등, 증분 백업이 특정 시점의 ‘데이터 파일’ 상태를 저장하는 것이라면, 트랜잭션 로그 백업(Transaction Log Backup)은 데이터베이스에서 발생한 모든 변경 작업(INSERT, UPDATE, DELETE)의 ‘기록(로그)’을 백업하는 것입니다. 데이터베이스에서는 모든 변경 사항이 데이터 파일에 직접 적용되기 전에 먼저 트랜잭션 로그 파일에 기록됩니다. 이 로그 기록을 별도로 백업해두는 것이 바로 트랜잭션 로그 백업입니다.
트랜잭션 로그 백업의 가장 강력한 기능은 ‘특정 시점 복구(Point-in-Time Recovery)’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후 2시 35분에 사용자가 실수로 중요한 데이터를 삭제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마지막 데이터 백업이 정오(12시)에 수행되었다면, 해당 백업으로 복구할 경우 정오부터 오후 2시 35분까지의 모든 작업 내용이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트랜잭션 로그 백업을 10분마다 수행하고 있었다면, 정오 데이터 백업을 복원한 뒤, 오후 2시 30분까지의 트랜잭션 로그 백업까지만 순서대로 적용하여 데이터 유실을 단 5분으로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복구 모델과의 관계
트랜잭션 로그 백업은 모든 데이터베이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데이터베이스의 ‘복구 모델(Recovery Model)’ 설정이 ‘전체(Full)’ 또는 ‘대량 로그(Bulk-logged)’로 지정된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복구 모델이 ‘단순(Simple)’으로 설정된 경우, 트랜잭션 로그는 재사용을 위해 자동으로 잘려나가므로 로그 백업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데이터 유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운영 시스템(OLTP)에서는 반드시 복구 모델을 ‘전체’로 설정하고, 주기적인 트랜잭션 로그 백업을 함께 수행해야 합니다. 이는 재해 상황에서 허용 가능한 데이터 손실량의 최대치인 ‘복구 지점 목표(RPO, Recovery Point Objective)’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입니다.
최적의 백업 전략 수립하기
결론적으로, 완벽한 단일 백업 방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백업 전략은 앞서 설명한 여러 백업 방식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비즈니스의 RTO와 RPO 요구사항에 맞춰 이들을 효과적으로 조합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안정적인 전략은 ‘전체 백업 + 차등 백업 + 트랜잭션 로그 백업’의 조합입니다.
- 주 1회 전체 백업: 매주 일요일 새벽에 전체 백업을 수행하여 안정적인 복구 기준점을 확보합니다.
- 매일 1회 차등 백업: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밤 차등 백업을 수행하여 복구 시간을 단축시킵니다. 차등 백업은 증분 백업에 비해 복구 과정이 단순하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운영 환경에서 더 선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주기적인 트랜잭션 로그 백업: 업무 시간 중에는 15분 또는 30분 간격으로 트랜잭션 로그 백업을 수행하여 데이터 유실을 최소화하고 특정 시점 복구를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스토리지 공간과 백업 시간의 효율성을 확보하면서도, 장애 발생 시 빠르고 안정적으로 원하는 시점까지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는 강력한 데이터 보호 체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백업은 단순히 기술적인 절차를 넘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데이터를 지키는 생명줄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