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더 좋은 회사가 되어야 합니다.” CEO부터 신입사원까지, 모든 구성원이 바라는 막연하지만 간절한 목표입니다. 하지만 ‘좋은 회사’란 과연 무엇일까요? 활기찬 조직 문화, 뛰어난 복지, 높은 성과, 혹은 수평적인 소통일까요? 이처럼 추상적인 목표는 모두의 공감을 얻기는 쉽지만,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는 어렵습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알 수 없어 공허한 구호로만 남기 십상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감이나 직관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아 나서는 체계적인 접근법입니다. 이 글에서는 첨부된 문서를 바탕으로, ‘이슈 분석’과 ‘벤치마킹’이라는 두 가지 강력한 분석 도구를 활용하여 ‘건강한 회사 만들기’라는 막연한 목표를 어떻게 날카롭고 실행 가능한 핵심 과제로 바꾸어 나가는지 그 과정을 상세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문제 해결 방식이 어떻게 조직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안개 속에서 핵심을 찾는 법: 4단계 이슈 분석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은 그 문제의 실체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입니다. 조직 내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의견과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핵심을 꿰뚫어 보는 과정이 바로 ‘이슈 분석’입니다. 이는 마치 안개 속에서 희미한 윤곽만을 더듬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탐조등으로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비추는 것과 같습니다.
막연한 문제를 날카로운 과제로 만드는 과정
이슈 분석은 일반적으로 4단계의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첫 번째 단계는 ‘자료와 정보 수집’입니다1. 해결하고자 하는 이슈에 관련된 모든 자료와 정보를 편견 없이 수집하는 단계입니다2. 구성원들의 의견, 내부 데이터, 관련 기사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수집된 정보를 특성과 유형에 따라 나누는 ‘분류’ 작업입니다3.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던 정보들을 의미 있는 그룹으로 묶음으로써, 문제의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세 번째 단계는 분류된 요소들에 대해 중요도를 평가하는 ‘분석 및 평가’입니다4. 어떤 의견이 가장 많이 제기되었는지, 어떤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가장 빈도수가 높거나 중요하다고 판단된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중요 문제 집중 분석’입니다5. 이를 통해 우리는 한정된 자원과 노력을 가장 효과적인 곳에 투입할 수 있는, 명확한 핵심 과제를 도출하게 됩니다.
‘건강한 회사’ 만들기 사례로 본 이슈 분석
이제 가상의 00사가 ‘건강한 회사를 만들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슈 분석을 수행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6. 먼저, 00사는 ‘자료 수집’ 단계에서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20건)와 설문조사(100건)를 실시하여 총 120건의 의견을 수집했습니다7.
다음 ‘분류’ 단계에서, 120건의 의견은 다섯 가지 항목으로 분류되었습니다8.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직원의 건강 향상: 56건 (47%) 9
- 건강한 업무 환경: 24건 (20%) 10
- 건강한 조직 문화: 23건 (16%) 11
- 워라밸의 건강한 조화: 10건 (8%) 12
- 건강한 회사 이미지: 7건 (6%) 13
‘분석 및 평가’ 단계에서, 00사는 ‘직원의 건강 향상’이 전체 의견의 47%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임을 명확히 확인했습니다14. 직원 본인의 건강, 조직 문화, 업무 환경에 대한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 것입니다15. 따라서 00사는 과제의 연관성과 중요도를 감안하여 ‘건강한 직원, 건강한 회사 환경’을 핵심 컨셉으로 도출했습니다16. 반면, ‘건강한 조직 문화’ 관련 사항은 중요하지만 당장의 시급성보다는 중장기 과제로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17. 이렇게 막연했던 ‘건강한 회사’라는 목표는 ‘직원의 건강과 업무 환경 개선’이라는 훨씬 더 구체적인 과제로 좁혀졌습니다.
정답을 아는 경쟁자에게 배우다: 3단계 벤치마킹
내부 분석을 통해 ‘무엇’을 해야 할지 핵심 과제를 도출했다면, 다음 질문은 ‘어떻게’ 그 과제를 해결할 것인가입니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벤치마킹’입니다. 벤치마킹은 우리가 해결하려는 과제에 대해 이미 우리보다 월등한 성과를 내고 있는 최고의 사례(Best Practice)를 찾아, 그들의 성공 요인을 학습하고 우리에게 맞게 적용하는 과정입니다.
최고의 사례를 우리 것으로 만드는 기술
벤치마킹 역시 체계적인 3단계 과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첫 번째 단계는 ‘벤치마킹 항목 선정’입니다18. 우리가 개선하고자 하는 항목을 명확히 정하고, 해당 분야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대상을 선정하는 것입니다19.
두 번째 단계는 선정된 항목별로 우리 회사와 벤치마킹 대상을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것입니다20. 정량적, 정성적 비교를 통해 우리와 최고 수준 사이의 격차(Gap)가 얼마나, 왜 발생하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비교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구체적인 ‘문제와 새로운 기회를 도출’하는 것입니다21.
‘건강한 회사’ 만들기 사례로 본 벤치마킹
앞선 이슈 분석을 통해 ‘건강한 직원, 건강한 회사 환경’을 핵심 과제로 도출한 00사는 벤치마킹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모색했습니다22. 00사는 직원 건강과 관련된 여러 항목에 대해 우수한 기업들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선정하고 비교 분석을 진행했습니다23.
예를 들어, ‘직원 건강 (비만/몸짱)’ 항목에서는 K사를 벤치마킹했습니다24. K사는 전 직원이 건강한 몸매를 유지하며 높은 업무 자신감과 활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25. 반면 00사는 최근 직원 비만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비만도는 업계 평균보다 높은 상황이었습니다26. 또 다른 항목인 ‘직원 건강 (흡연)’에서는 흡연율 제로화를 통해 깨끗한 회사 이미지를 구축한 A사를 벤치마킹하여, 자사의 높은 흡연율 개선과 비흡연자의 불만을 해소할 필요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27.
중요한 것은 단순히 비교에 그치지 않고, 각 과제의 ‘효과성’과 ‘현실성’을 평가하여 우선순위를 정했다는 점입니다. ‘건강한 회사 문화’를 만들기 위해 CEO부터 전 직원이 함께 운동하는 T사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효과성 점수는 27점으로 높았지만, 당장 실행하기에는 현실성이 6점으로 매우 낮았습니다28. 반면, 직원 비만 문제 해결은 효과성 30점, 현실성 29점으로 두 가지 척도 모두에서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29. 그 결과, 00사는 최종적으로 ‘직원 비만 문제 해소를 통한 건강 향상’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중점 과제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30.
분석을 넘어 실행으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힘
지금까지 살펴본 00사의 사례는 데이터 기반의 문제 해결 과정이 왜 중요한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만약 이러한 과정이 없었다면, ‘건강한 회사 만들기’라는 목표 아래에서 어떤 임원은 “소통을 위해 회식을 늘리자”고 주장하고, 다른 팀장은 “복지를 위해 휴가 제도를 바꾸자”고 말하는 등 각자의 생각에 따라 자원이 분산되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왜 이 과정이 중요한가?
이슈 분석과 벤치마킹으로 이어지는 이 체계적인 과정은 여러 가지 중요한 가치를 제공합니다. 첫째, 막연하고 감정적인 문제를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과제로 전환시켜 줍니다. ‘건강하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우리 회사의 비만율은 업계 평균보다 높다’는 명확한 사실로 바뀌는 순간,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둘째, 의사결정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높여줍니다. 왜 수많은 문제들 중에서 ‘직원 비만’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효과성’과 ‘현실성’이라는 명확한 데이터로 모든 구성원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원의 낭비를 막고 조직의 역량을 핵심 과제에 집중시키는 힘이 됩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물론, 핵심 과제를 선정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31. 이는 문제 해결 여정의 새로운 시작점일 뿐입니다. 00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다음 단계는 선정된 과제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조사를 진행하는 것입니다32. 직원들의 건강 실태를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33,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급식이나 사무 환경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며 34, 설문을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올바른 해결 방향을 찾아 나가야 합니다35.
감이 아닌 데이터로 말하는 조직 만들기
조직의 성공적인 변화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올바르게 결정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슈 분석은 조직 내부의 목소리를 데이터로 전환하여 우리가 집중해야 할 ‘전장’이 어디인지를 알려주고, 벤치마킹은 그 전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필승 전략’이 무엇인지를 외부의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이 두 가지 도구는 특별한 전문가만이 사용할 수 있는 어려운 기술이 아닙니다. 주변의 데이터를 모으고, 분류하고, 비교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논리적인 사고 과정 그 자체입니다. 당신의 조직이 해결해야 할 막연한 문제가 있다면, 오늘 당장 감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아 나서는 첫걸음을 내디뎌 보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