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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우지 않고 이기는 궁극의 전략: 당신의 경쟁자는 싸울 의지조차 잃게 될 것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궁극의 전략: 당신의 경쟁자는 싸울 의지조차 잃게 될 것이다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이 말은 손자병법의 모든 지혜를 단 한 문장으로 압축한 정수이자, 오늘날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흔히 비즈니스를 ‘전쟁’에 비유하며,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 더 좋은 제품, 더 공격적인 마케팅, 더 낮은 가격으로 치열한 전투를 벌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손자는 이러한 정면 대결을 가장 어리석은 하책(下策)이라고 말합니다. 최고의 전략가는 피를 흘리는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이미 승패를 결정짓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손자병법 제3편 ‘모공(謀攻)’은 바로 이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이는 단순히 수비적인 전략이나 평화주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로 하여금 감히 싸울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상황을 설계하고, 경쟁의 판 자체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가장 공격적이고 지능적인 전략입니다. 구글은 어떻게 검색 시장의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는가?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떻게 인터넷 브라우저 전쟁에서 넷스케이프를 무너뜨렸는가? 그 해답의 중심에는 손자의 ‘모공’ 사상이 숨어있습니다. 이제부터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궁극의 전략, 그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승리의 4단계: 당신은 어느 수준의 전략가인가?

    손자는 승리에도 등급이 있다고 말합니다. 가장 뛰어난 승리부터 가장 어리석은 승리까지, 4단계의 위계를 통해 전략의 수준을 명확히 구분합니다.

    • 최상책(上策)은 벌모(伐謀): 적의 ‘꾀’, 즉 전략과 의도를 분쇄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미리 간파하고, 그 계획이 실행되기도 전에 무력화시켜 싸움 자체를 없애는 단계입니다.
    • 차선책(次善策)은 벌교(伐交): 적의 ‘외교’, 즉 동맹 관계를 깨뜨리는 것이다. 적이 외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도록 고립시켜 힘을 약화시키는 단계입니다.
    • 차악책(次惡策)은 벌병(伐兵): 적의 ‘군대’를 직접 공격하여 격파하는 것이다. 이는 아군 역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피를 흘리는 단계입니다.
    • 최하책(下策)은 공성(攻城): 적의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가장 많은 시간과 자원, 인명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최악의 방법입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벌병’과 ‘공성’의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 위해 출혈적인 가격 경쟁(벌병)을 벌이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 경쟁사의 아성을 공격(공성)합니다. 물론 이러한 방법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이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은 후의 싸움입니다. 진정한 고수는 싸움이 벌어지기 전, ‘벌모’와 ‘벌교’의 단계에서 이미 승리를 확정 짓습니다.

    현대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승리의 4단계

    손자병법의 승리 단계개념현대 비즈니스 적용 사례
    벌모 (伐謀)적의 전략/의도 분쇄경쟁사가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 특허 선점, 핵심 기술 표준화, 강력한 브랜드 로열티 구축을 통해 경쟁사의 시장 진입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듦 (예: 인텔의 ‘Intel Inside’ 캠페인)
    벌교 (伐交)적의 동맹/협력 관계 파괴경쟁사의 핵심 부품 공급업체나 유통 채널과 독점 계약을 맺어 경쟁사를 고립시키거나, 업계 표준을 선도하는 강력한 파트너십 생태계를 구축함 (예: 구글 안드로이드 동맹)
    벌병 (伐兵)적의 핵심 역량/제품 공격경쟁사의 주력 제품과 직접 경쟁하는 더 나은 성능, 더 낮은 가격의 제품을 출시하여 시장 점유율을 빼앗음 (예: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전쟁)
    공성 (攻城)적의 시장/고객 기반 공격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광고, 프로모션을 통해 경쟁사가 장악한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함 (예: 후발주자의 대규모 론칭 캠페인)

    적의 ‘꾀’를 꺾는 법: 경쟁의 판을 지배하라

    ‘벌모’의 핵심은 상대방의 머릿속에 들어가 그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 그림이 완성되기 전에 찢어버리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빼내는 첩보 활동을 넘어, 시장의 규칙 자체를 나에게 유리하게 설계하는 차원의 전략입니다.

    사례 1: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끼워팔기

    1990년대 중반,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은 넷스케이프(Netscape)가 90%에 가까운 압도적인 점유율로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후발주자로서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출시했지만, 정면 대결로는 승산이 없었습니다. 이때 MS가 사용한 전략이 바로 ‘벌모’입니다.

    넷스케이프의 비즈니스 모델은 브라우저를 유료로 판매하는 것이었습니다. MS는 이 수익 모델 자체를 파괴하기로 합니다. 자사의 막강한 운영체제인 윈도우(Windows)에 IE를 무료로 탑재해버린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돈을 내고 브라우저를 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넷스케이프가 자랑하던 기술적 우위는 MS가 설계한 ‘무료’라는 새로운 게임의 룰 앞에서 무력화되었습니다. 넷스케이프는 싸워보기도 전에 자신의 주력 사업 모델이라는 ‘꾀’를 분쇄당한 것입니다. 이는 경쟁사의 제품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공격하여 시장의 판도를 바꾼 전형적인 ‘벌모’ 전략입니다.

    사례 2: 인텔의 ‘Intel Inside’ 캠페인

    과거 소비자들은 컴퓨터를 구매할 때 CPU가 무엇인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인텔은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사들이 저가 공세로 나오는 것을 막고, 자사의 기술적 우위를 소비자에게 직접 각인시키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전설적인 ‘Intel Inside’ 캠페인입니다.

    인텔은 컴퓨터 제조사들에게 마케팅 비용을 지원해주는 대신, 컴퓨터 본체와 광고에 ‘Intel Inside’ 로고를 부착하게 했습니다. 이 전략은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소비자들은 “인텔 CPU가 들어있지 않은 컴퓨터는 성능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고, 컴퓨터 제조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인텔 CPU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쟁사들은 인텔과 직접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인텔이 만들어 놓은 ‘인식의 성’과 싸워야 했습니다. 이는 경쟁사의 전략이 발 디딜 틈조차 없게 만든, 시장의 인식을 지배한 고차원적인 ‘벌모’ 전략입니다.


    외교가 전쟁을 이긴다: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라

    만약 적의 꾀를 꺾는 데 실패했다면, 차선책은 적을 고립시키는 ‘벌교’입니다. 혼자서는 강한 적도, 동맹과 협력사가 없다면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습니다. 현대 비즈니스에서 ‘벌교’는 강력한 파트너십과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나만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경쟁사를 그 생태계 밖으로 밀어내는 전략으로 나타납니다.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현대판 ‘벌교’ 전쟁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애플은 하드웨어(아이폰), 소프트웨어(iOS), 콘텐츠 유통(앱스토어)을 모두 직접 통제하는 강력하고 폐쇄적인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이 견고한 ‘성’ 안에서 개발자들과 사용자들은 높은 만족도를 느끼며 생태계를 더욱 강화시킵니다.

    이에 맞서는 구글은 정반대의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를 오픈소스로 공개하여 삼성, LG 등 전 세계의 수많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습니다. 거대한 ‘안드로이드 동맹’을 결성하여 애플의 폐쇄적인 생태계에 대항한 것입니다. 이 전쟁의 승패는 아이폰과 갤럭시 단일 제품의 성능 대결(‘벌병’)이 아니라, 누가 더 많은 개발자, 제조사, 사용자를 자신의 생태계로 끌어들이느냐는 ‘벌교’의 차원에서 결정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구글은 압도적인 수의 동맹군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며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모공’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핵심 원칙은 바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정보 수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 아닙니다. ‘나’와 ‘적’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우리가 싸우는 ‘전장(시장)’의 상황을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승리의 방정식을 푸는 과정입니다.

    • 지피(知彼): 경쟁사는 누구이며, 그들의 핵심 역량과 약점은 무엇인가? 그들의 전략 목표와 다음 행보는 무엇일 F까? (경쟁사 분석, 시장 조사)
    • 지기(知己): 우리의 핵심 역량과 약점은 무엇인가? 우리가 가진 자원(인력, 기술, 자본)은 얼마나 되는가? (SWOT 분석, 내부 역량 평가)
    • 지천지지(知天知地): 우리가 싸우는 시장의 트렌드와 기회, 위협 요인은 무엇인가? (거시 환경 분석)

    이 세 가지를 정확히 알 때, 비로소 우리는 싸워야 할 때와 싸우지 말아야 할 때, 공격해야 할 지점과 수비해야 할 지점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손자는 “적을 알지 못하고 나만 알면 승패의 확률은 반반이며,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다”고 경고합니다. 철저한 분석 없이 ‘일단 부딪혀 보자’는 식의 무모한 도전은 필패의 지름길일 뿐입니다.


    경쟁을 넘어 시장을 창조하는 길

    손자병법 ‘모공’편이 우리에게 주는 궁극적인 가르침은, 비즈니스의 목표가 경쟁사를 이기는 것(‘Winning the competition’)이 아니라, 경쟁 자체가 무의미한 독점적인 시장을 창조하는 것(‘Making the competition irrelevant’)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과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피 튀기는 레드오션에서 싸우는 것은 결국 ‘벌병’과 ‘공성’의 함정에 빠지는 길입니다. 진정한 전략가는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벌모’), 강력한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의 표준을 장악하며(‘벌교’), 자신과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지피지기’)를 바탕으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수준의 싸움을 하고 있습니까? 경쟁사의 신제품에 일희일비하며 대응하기에 급급한가요? 아니면, 5년 뒤, 10년 뒤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당신만의 ‘꾀’를 설계하고 있습니까? 싸워서 이기는 것은 이류입니다. 싸울 필요조차 없게 만드는 것이 초일류의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