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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 리더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손자병법, 처세술이 아닌 피 튀기는 생존의 기록

    착한 리더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손자병법, 처세술이 아닌 피 튀기는 생존의 기록

    서점에 가면 수많은 《손자병법》 해설서가 꽂혀 있습니다. 대부분은 이 고전을 현대의 경영학이나 직장인 처세술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상사와의 관계를 원만히 하는 법,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부하를 이끄는 법, 혹은 인생의 지혜를 주는 따뜻한 조언으로 포장되곤 합니다. 하지만 역사학자 임용한 박사가 엮은 이 책은 첫 장부터 우리의 그런 안일한 기대를 단호하게 배신합니다. 손자가 살았던 춘추전국시대는 낭만이 없는 야만의 시대였습니다. 패배는 곧 죽음이거나 노예가 되는 것을 의미했고, 국가의 멸망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이 책은 병법을 “진흙탕에 뛰어들지 않고 우아하게 이기는 요령”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에게 찬물을 끼얹습니다. 손자가 말한 전쟁은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대사이며, 긍정적인 마인드나 도덕적 우월감만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냉혹한 데이터의 싸움입니다. 오늘은 착한 리더가 되고 싶은 당신의 환상을 깨뜨리고, 진짜 승리하는 리더가 갖춰야 할 비정한 자질과 전략적 사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감동적인 연설보다 차라리 욕먹는 승리자가 되라

    리더의 도덕성이 아닌 유능함이 조직을 구한다

    우리는 흔히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덕(德)’을 강조합니다. 부하들과 소통하고, 따뜻하게 감싸주며,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리더가 훌륭하다고 배웁니다. 하지만 전쟁터, 그리고 오늘날의 무한 경쟁 시장에서도 과연 그럴까요? 임용한 박사는 역사 속 사례를 통해 이 질문에 도발적인 답을 내놓습니다. 병자호란 당시 인조는 엄동설한에 남한산성 성벽을 돌며 병사들을 위로했습니다. 임금의 따뜻한 위로에 병사들이 감동하여 목숨을 걸고 싸웠을까요?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병사들은 오히려 강화를 요구하며 반란 직전까지 갔습니다. 반면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조지 패튼이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오만하고 독선적이었으며, 부하들에게 거친 욕설을 퍼붓기로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병사들은 인조가 아닌 패튼을 따랐습니다. 왜냐하면 패튼은 병사들을 혹독하게 다루는 대신, 확실한 승리를 안겨주었고 불필요한 죽음을 막아주었기 때문입니다.

    리더에게 필요한 진짜 ‘인(仁)’은 사람 좋은 미소가 아닙니다. 상황에 맞는 가장 적절한 행동을 통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구성원의 생존을 보장하는 능력입니다. 패튼 장군이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코란을 읽고 적장 로멜의 자서전을 탐독하며 철저히 준비했던 것처럼, 리더의 진짜 덕목은 ‘치열한 학습과 준비’에서 나옵니다. 겉보기에 번지르르한 단합 대회나 감동적인 연설은 위기 상황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조직원들이 리더를 믿고 따르게 만드는 것은 “저 사람의 지시대로 하면 반드시 이긴다”라는 승리에 대한 확신입니다. 착한 사람이라는 평판에 집착하느라 결단을 미루고 쓴소리를 못 하는 리더는 결국 조직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가장 위험한 적일 수 있습니다.


    긍정의 힘을 믿지 마라, 오직 계산된 데이터만 믿어라

    승리는 기도가 아니라 ‘묘산’에서 나온다

    손자는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묘산(廟算)’을 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사당에서 치르는 종교 의식이 아니라, 아군과 적군의 전력을 정밀하게 비교 분석하는 도상 시뮬레이션을 의미합니다. 많은 리더가 “하면 된다”는 식의 긍정적인 사고나 정신력을 강조하며 무모한 도전을 감행합니다. 하지만 손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용기가 아니라 죄악입니다. 전쟁사에서 숫자를 무시하고 정신력으로 승리한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우리가 기적이라고 부르는 나폴레옹의 신출귀몰한 기동전도 사실은 철저한 수학적 계산의 결과였습니다. 나폴레옹은 행군 중에도 컴퍼스를 들고 지도를 보며 병사들의 보폭과 이동 속도, 지형의 변수를 끊임없이 계산했습니다. 그가 보여준 천재성은 직관이 아니라, 축적된 데이터와 치밀한 분석이 빚어낸 결과물이었습니다.

    현대의 사례로 보는 ‘실상’ 파악의 중요성

    이 책은 2023년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예로 들어 ‘실상(실제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을 설명합니다. 전쟁 초기, 많은 전문가가 이스라엘이 예비군 위주의 병력 구조와 경제적 타격 때문에 장기전을 치르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데이터에만 의존한 잘못된 분석이었습니다. 저자는 이스라엘이 첨단 무기와 특수부대를 활용한 교대 시스템으로 장기전을 지속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음을 꿰뚫어 보았습니다. 실제로 전쟁은 해를 넘겨 2024년 말까지 이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손자가 말한 ‘실상을 끄집어내는 능력’입니다. 단순히 눈앞의 숫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환경과 보이지 않는 변수까지 입체적으로 조합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힘이야말로 리더가 갖춰야 할 최고의 무기입니다. 막연한 낙관론이나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취해있는 조직은 변화하는 시장의 실상을 보지 못하고 필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속도는 타이밍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완벽한 계획이 가장 늦은 계획이다

    손자병법에는 “전쟁은 졸속으로라도 빨리 끝내야지, 교묘하지만 오래 끄는 것은 보지 못했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습니다. 여기서 ‘졸속’은 대충 하라는 뜻이 아니라, 다소 거칠더라도 위험을 감수하고 신속하게 승부를 내라는 의미입니다. 현대 사회의 관료주의적 조직들은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군은 보고와 승인, 명령 하달이라는 완벽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서류를 검토하고 회의를 하는 동안, 독일의 전차부대는 이미 방어선을 돌파해 사령부 앞마당까지 들이닥쳤습니다. 독일군의 ‘전격전’은 치밀한 계획의 승리가 아니라, 현장 지휘관에게 재량권을 주고 불확실성을 돌파하게 만든 시스템의 승리였습니다.

    지루한 소모전은 조직을 갉아먹는다

    전쟁이 길어지면 국가는 피폐해지고 백성은 가난해집니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프로젝트가 늘어지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을 칩니다. 손자가 장기전을 경계한 이유는 단순히 비용 문제 때문만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수가 늘어나고, 제3의 적(경쟁자)이 개입할 여지를 주기 때문입니다. 아테네가 시칠리아 원정에서 패배한 것도 압도적인 전력을 가지고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지루한 공성전을 벌이다가 스파르타의 개입을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신의 조직은 완벽함을 핑계로 결단을 미루고 있지 않습니까?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말은 게으른 자들의 변명일 뿐입니다. 시간은 결코 누구의 편도 아니며, 오직 시간을 장악하고 주도적으로 활용하는 자만이 승리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비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임용한 박사가 다시 읽어낸 《손자병법》은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합니다. 리더의 역할은 구성원에게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냉철한 계산과 과감한 결단으로 조직을 생존시키는 것입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져 싫은 소리를 못 하고, 긍정의 힘만 믿고 대책 없이 뛰어드는 리더는 전쟁터에서 가장 먼저 도태될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따뜻한 위로가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현실을 직시하고(계산), 위험을 감수하며 빠르게 실행하고(속도), 때로는 적을 기만해서라도 목표를 달성하는(전략) 야전 사령관의 자세입니다. 당신은 지금 전쟁터에 서 있습니다. 살아남으시겠습니까, 아니면 도태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