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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고 블록을 완벽한 성으로: 통합 테스트 4가지 전략 (상향식, 하향식, 빅뱅, 샌드위치) 전격 해부

    레고 블록을 완벽한 성으로: 통합 테스트 4가지 전략 (상향식, 하향식, 빅뱅, 샌드위치) 전격 해부

    소프트웨어 개발은 마치 정교한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각각의 블록(모듈)이 완벽하게 만들어졌다고 해서, 이들을 합쳤을 때 멋진 성이 저절로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블록은 아귀가 맞지 않아 헐거울 수 있고, 다른 블록은 크기가 달라 서로 연결조차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개별적으로는 완벽해 보였던 단위 모듈들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찾아내기 위한 테스트가 바로 ‘통합 테스트(Integration Test)’입니다.

    단위 테스트(Unit Test)가 각 레고 블록의 품질을 보증하는 과정이라면, 통합 테스트는 이 블록들이 서로 올바르게 맞물려 원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지, 블록 사이에 데이터는 잘 전달되는지, 그리고 전체 시스템으로서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를 검증하는 핵심적인 단계입니다. 즉, 모듈과 모듈 사이의 ‘인터페이스’와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이 블록들을 어떤 순서로 조립해 나갈 것인지에 따라 테스트의 전략은 크게 달라집니다. 지붕부터 만들고 내려올 것인가(하향식), 아니면 기초부터 쌓아 올릴 것인가(상향식)? 혹은 모든 블록을 한꺼번에 합쳐볼 것인가(빅뱅)? 이도 저도 아니면 위아래에서 동시에 조립해 나갈 것인가(샌드위치)? 본 글에서는 이 4가지 대표적인 통합 테스트 전략의 개념과 장단점,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하향식 통합 테스트 (Top-down Integration Test)

    핵심 개념: 위에서 아래로, 지휘관부터 점검한다

    하향식 통합 테스트는 이름 그대로 소프트웨어 구조의 최상위, 즉 사용자 인터페이스(UI)나 시스템의 주 제어 모듈부터 테스트를 시작하여 아래쪽의 하위 모듈로 점차 내려가며 통합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마치 회사의 조직도를 위에서부터(CEO → 본부장 → 팀장 → 팀원) 검증해 나가는 것과 유사합니다.

    테스트 초기 단계에는 상위 모듈만 존재하고 하위 모듈들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거나 불완전한 상태입니다. 이때, 아직 존재하지 않는 하위 모듈의 역할을 대신해 줄 가짜 모듈, 즉 ‘테스트 스텁(Test Stub)’이 필요합니다. 스텁은 상위 모듈의 호출을 받아 미리 정해진 단순한 값을 반환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진행 과정:

    1. 최상위 제어 모듈을 테스트합니다. 이때 이 모듈이 호출하는 모든 하위 모듈은 스텁으로 대체합니다.
    2. 상위 모듈의 테스트가 완료되면, 그 바로 아래 계층의 실제 모듈 하나를 스텁 대신 연결하여 통합합니다.
    3. 새롭게 통합된 부분에 대해 테스트를 수행합니다.
    4. 이 과정을 점차적으로 아래로 확장하며, 모든 하위 모듈이 실제 모듈로 교체될 때까지 반복합니다.

    하향식 접근법의 가장 큰 장점은 시스템의 전체적인 구조와 흐름을 조기에 검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직접 마주하는 UI나 주요 비즈니스 로직을 먼저 테스트하기 때문에, 설계상의 근본적인 결함을 초기에 발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점과 단점, 그리고 현실 속의 적용

    장점:

    • 조기 프로토타입 확보: 주요 기능과 화면 흐름을 초기에 확인할 수 있어, 고객이나 사용자로부터 빠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설계 결함 조기 발견: 시스템의 전체적인 아키텍처와 제어 흐름을 먼저 검증하므로, 구조적인 문제를 일찍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습니다.
    • 자연스러운 테스트 흐름: 실제 사용자의 사용 흐름과 유사한 방식으로 테스트가 진행되어 시나리오 작성이 비교적 직관적입니다.

    단점:

    • 다수의 스텁 필요: 테스트 초기에는 거의 모든 하위 모듈을 스텁으로 만들어야 하므로, 스텁 개발에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스텁들이 실제 모듈의 동작을 제대로 흉내 내지 못하면 테스트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 하위 레벨의 결함 발견 지연: 데이터베이스 연동이나 외부 시스템 호출과 같은 가장 중요하고 복잡한 로직은 보통 최하위 모듈에 위치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테스트가 프로젝트 후반부로 미뤄집니다. 만약 후반부에 가서야 이 부분에서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면 프로젝트 전체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적용 사례: 신규 모바일 뱅킹 앱 개발 프로젝트에서 사용자의 눈에 보이는 ‘메인 화면’, ‘이체 화면’, ‘조회 화면’ 등 UI 레이어를 먼저 개발하고, 실제 계좌 처리나 이체 로직을 담당하는 하위 서비스 모듈들은 모두 스텁으로 처리하여 테스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하향식 접근법의 좋은 예입니다. 이를 통해 실제 데이터 없이도 앱의 전체적인 화면 흐름과 사용자 경험(UX)을 초기에 검증할 수 있습니다.


    상향식 통합 테스트 (Bottom-up Integration Test)

    핵심 개념: 아래에서 위로, 기초부터 튼튼하게

    상향식 통합 테스트는 하향식과 정반대로, 소프트웨어 구조의 최하위, 즉 데이터베이스나 외부 시스템과 직접 연동하는 유틸리티성 모듈부터 테스트를 시작하여 점차 상위 모듈과 결합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이는 건물을 지을 때, 가장 아래의 기초 공사부터 시작해서 1층, 2층 순서로 쌓아 올리는 것과 같습니다.

    테스트 초기 단계에는 하위 모듈만 존재하고, 이들을 호출하고 제어할 상위 모듈이 없습니다. 따라서 하위 모듈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가상의 상위 모듈 역할을 해 줄 ‘테스트 드라이버(Test Driver)’가 필요합니다. 드라이버는 테스트 대상 하위 모듈을 호출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넘겨주며, 그 결과를 받아 검증하는 역할을 합니다.

    진행 과정:

    1. 시스템의 최하위 모듈(컴포넌트)들을 결합하여 ‘클러스터(Cluster)’라는 작은 단위로 만듭니다.
    2. 테스트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이 클러스터를 테스트합니다.
    3. 테스트가 완료된 클러스터들을 다시 상위 모듈과 결합하여 더 큰 클러스터를 만듭니다.
    4. 이 과정을 점차적으로 위로 확장하며, 최종적으로 시스템의 최상위 모듈까지 통합되면 테스트가 완료됩니다.

    상향식 접근법의 가장 큰 장점은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핵심적이고 복잡한 로직을 가장 먼저, 그리고 철저하게 테스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의 가장 큰 기술적 위험 요소를 조기에 해소하고 안정적인 기반 위에 상위 기능을 개발해 나갈 수 있습니다.

    장점과 단점, 그리고 현실 속의 적용

    장점:

    • 핵심 로직 조기 검증: 데이터 처리, 알고리즘, 외부 시스템 연동 등 가장 복잡하고 중요한 하위 모듈의 결함을 초기에 발견하고 안정화시킬 수 있습니다.
    • 스텁 개발 부담 감소: 테스트가 위로 진행되면서 이미 테스트된 하위 모듈들이 스텁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대신하므로, 별도의 스텁을 만들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 결함 위치 파악 용이: 작은 단위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통합하므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이 되는 모듈을 비교적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단점:

    • 시스템 전체 구조 파악 지연: 테스트가 상당 부분 진행될 때까지 실제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전체 시스템의 동작 흐름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시스템 레벨의 설계 결함 발견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 다수의 드라이버 필요: 각 단계의 클러스터를 테스트하기 위한 드라이버를 계속해서 개발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 프로토타입 부재: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늦게 나오기 때문에, 사용자로부터 조기 피드백을 받기 어렵습니다.

    적용 사례: 실시간 주식 거래 시스템을 개발할 때, 가장 먼저 증권사 API와 연동하여 시세를 받아오고 주문을 처리하는 최하위 모듈을 개발하고, 테스트 드라이버를 이용해 이 모듈의 안정성과 성능을 완벽하게 검증합니다. 그 후에 이 데이터를 가공하는 중간 로직 모듈을 통합하고, 마지막으로 사용자에게 차트와 주문 창을 보여주는 UI 모듈을 통합하는 방식이 상향식 접근법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빅뱅 통합 테스트 (Big Bang Integration Test)

    핵심 개념: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단판 승부

    빅뱅 통합 테스트는 이름처럼, 개발이 완료된 모든 개별 모듈들을 한꺼번에 통합하여 전체 시스템으로서 테스트하는 ‘비점진적인’ 방식입니다. 이는 미리 만들어 둔 수십 개의 레고 블록을 설명서 없이 한 번에 조립하여 성을 완성하려는 시도와 같습니다.

    이 방식에서는 개별 모듈들이 단위 테스트를 모두 통과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별도의 스텁이나 드라이버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모든 모듈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거대한 시스템을 한 번에 ‘빅뱅!’ 하고 조립한 후 전체 시스템의 동작을 검증합니다.

    진행 과정:

    1. 모든 개별 모듈의 개발과 단위 테스트를 완료합니다.
    2. 모든 모듈을 한꺼번에 연결하고 통합하여 완전한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구성합니다.
    3. 통합된 전체 시스템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수행합니다.

    빅뱅 접근법은 모든 모듈이 동시에 개발되는 소규모 프로젝트나, 시스템의 구조가 매우 단순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간단하고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위험한 전략입니다.

    장점과 단점, 그리고 현실 속의 적용

    장점:

    • 단순함: 스텁이나 드라이버를 개발하고 점진적으로 통합하는 복잡한 과정이 없어, 계획이 간단합니다.
    • 단기간에 전체 시스템 확인: 모든 모듈이 준비되면 짧은 시간 안에 전체 시스템이 동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단점:

    • 결함 위치 추적의 어려움: 테스트 중 결함이 발생했을 때, 수많은 모듈 중 어느 모듈의 문제인지, 혹은 모듈 간의 어떤 인터페이스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원인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는 마치 수십 개의 부품으로 조립한 기계가 작동하지 않을 때, 어느 부품이 문제인지 알 수 없는 상황과 같습니다.
    • 늦은 시점에 문제 발견: 모든 개발이 끝난 프로젝트 후반부에 가서야 통합이 시작되므로, 이 단계에서 발견되는 인터페이스 관련 결함은 수정하기가 매우 어렵고 많은 비용을 초래합니다. 최악의 경우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 높은 리스크: 결함을 찾고 수정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결국 테스트 단계가 프로젝트의 병목이 되고 전체 일정이 지연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

    적용 사례: 개인이 만드는 간단한 유틸리티 프로그램이나, 이미 검증된 몇 개의 라이브러리를 조합하여 만드는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에서는 빅뱅 접근법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복잡한 상용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안티 패턴(Anti-pattern)’에 가까운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샌드위치 통합 테스트 (Sandwich Integration Test)

    핵심 개념: 위와 아래에서 동시에, 중앙에서 만난다

    샌드위치 통합 테스트는 하향식과 상향식 접근법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략입니다. 이름처럼, 빵(상위 모듈)과 아래쪽 빵(하위 모듈)에서 동시에 테스트를 시작하여, 중앙의 내용물(중간 계층 모듈)에서 만나는 방식입니다.

    즉, 시스템을 크게 세 개의 계층 – 사용자 인터페이스 중심의 상위 계층, 핵심 비즈니스 로직 중심의 중간 계층, 데이터베이스 및 외부 연동 중심의 하위 계층 – 으로 나눕니다. 그리고 상위 계층에 대해서는 하향식으로, 하위 계층에 대해서는 상향식으로 동시에 통합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최종적으로 모든 테스트가 완료된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을 중앙의 중간 계층과 통합하여 전체 테스트를 마무리합니다.

    이 방식은 하향식의 장점인 ‘조기 프로토타입 확보’와 상향식의 장점인 ‘핵심 로직 조기 검증’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방식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므로, 프로젝트 관리가 복잡해지고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장점과 단점, 그리고 현실 속의 적용

    장점:

    • 양쪽의 장점 결합: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을 동시에 테스트하므로, UI와 핵심 로직을 모두 조기에 검증할 수 있습니다.
    • 테스트 시간 단축: 여러 팀이 각 계층을 병렬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어, 전체 테스트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 높은 테스트 커버리지: 시스템의 다양한 부분을 동시에 테스트하므로, 더 넓은 범위의 테스트 커버리지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단점:

    • 높은 비용과 복잡성: 여러 팀이 동시에 드라이버와 스텁을 개발하고 테스트를 진행해야 하므로,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프로젝트 관리가 복잡해집니다.
    • 중간 계층 테스트 미흡 가능성: 상위와 하위 계층의 테스트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이들을 연결하는 중간 계층의 내부 로직에 대한 테스트가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최종 통합 단계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적용 사례: 대규모 엔터프라이즈급 시스템(ERP, SCM 등) 개발과 같이 시스템이 명확한 3-tier 아키텍처(Presentation Layer, Business Layer, Data Access Layer)로 구분되는 경우 샌드위치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UI 개발팀은 상향식으로, 데이터베이스 연동팀은 하향식으로 각자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중앙의 비즈니스 로직을 통합하여 검증합니다.


    마무리: 어떤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

    전략접근 방식장점단점필요한 가상 모듈
    하향식Top → Down설계 결함 조기 발견, 조기 프로토타입하위 로직 테스트 지연, 다수의 스텁 필요스텁(Stub)
    상향식Bottom → Up핵심 로직 조기 검증, 결함 위치 파악 용이전체 구조 파악 지연, 다수의 드라이버 필요드라이버(Driver)
    빅뱅All at once계획이 단순함결함 원인 추적 불가, 높은 리스크거의 없음
    샌드위치Top/Bottom → Middle양쪽 장점 결합, 시간 단축높은 비용과 복잡성스텁 & 드라이버

    최고의 통합 테스트 전략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프로젝트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전략’이 있을 뿐입니다. 프로젝트의 규모, 아키텍처의 특징, 팀의 구성, 그리고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적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략을 선택해야 합니다.

    •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경험이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라면 ‘하향식’ 접근이 유리합니다.
    • 복잡한 데이터 처리나 알고리즘이 핵심인 시스템이라면 ‘상향식’ 접근이 더 안정적입니다.
    • 매우 크고 복잡하며 각 계층의 역할이 명확한 시스템이라면 ‘샌드위치’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 아주 작은 규모가 아니라면 ‘빅뱅’ 방식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결국 통합 테스트의 본질은 모듈 간의 소통 문제를 조기에, 그리고 효율적으로 발견하는 것입니다. 어떤 전략을 선택하든, 중요한 것은 점진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통합하며 각 단계의 품질을 철저히 검증하는 것입니다. 튼튼한 통합 테스트 전략이야말로 수많은 레고 블록을 흔들림 없는 완벽한 성으로 만들어주는 가장 확실한 청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