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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그 잡았다!”…정말 잡은 게 버그 맞나요? 결함, 에러, 실패의 미묘한 차이

    “버그 잡았다!”…정말 잡은 게 버그 맞나요? 결함, 에러, 실패의 미묘한 차이

    소프트웨어 개발의 세계에서 우리는 ‘버그(Bug)’라는 단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합니다. “버그를 잡았다”, “버그 때문에 야근했다” 등, 모든 문제 상황을 포괄하는 편리한 용어처럼 쓰입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품질 관리와 테스팅의 영역으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면, 우리가 무심코 ‘버그’라고 불렀던 현상들이 실제로는 ‘에러(Error)’, ‘결함(Defect)’, ‘실패(Failure)’라는 세 가지 뚜렷이 구분되는 개념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세 가지 용어를 명확히 구분하고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용어의 정의를 암기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발팀과 테스트팀 간의 의사소통 오류를 줄이며, 더 나아가 효과적인 품질 개선 전략을 수립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요리사가 소금, 설탕, 조미료를 정확히 구분해서 사용해야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듯, 우리 역시 이 세 가지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사용해야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제대로 요리할 수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혼용하여 사용하는 에러, 결함, 실패가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이들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를 명확하게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이 미묘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를 이해하고 나면, 여러분은 문제 상황을 훨씬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소통하는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에러 (Error): 모든 문제의 시작점, 사람의 실수

    핵심 개념: 사람이 만들어내는 생각의 오류

    모든 문제의 근원은 사람에게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의 세계에서 ‘에러’는 바로 개발자, 기획자, 설계자 등 ‘사람’이 만들어내는 실수를 의미합니다. 이는 코드 한 줄을 잘못 작성하는 사소한 오타일 수도 있고,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을 잘못 이해하여 알고리즘을 설계한 근본적인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에러는 소프트웨어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머릿속이나 행동에서 발생하는 ‘오류’라는 점입니다.

    국제 소프트웨어 테스팅 자격 위원회(ISTQB)에서는 에러를 “부정확한 결과를 초래하는 인간의 행위(A human action that produces an incorrect result)”라고 명확히 정의합니다. 즉, 에러는 아직 코드나 문서에 반영되기 전의 상태, 혹은 반영되는 행위 그 자체를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10% 할인’을 적용해야 하는 로직을 개발자가 ’10원 할인’으로 잘못 이해하고 코딩을 구상하는 바로 그 순간, ‘에러’가 발생한 것입니다.

    에러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요구사항의 오해: 고객의 요구사항을 잘못 해석하거나 모호한 부분을 임의로 판단하여 개발하는 경우.
    • 설계의 미흡: 시스템의 특정 예외 상황(예: 네트워크 끊김, 동시 접근)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하는 경우.
    • 기술적 지식 부족: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나 프레임워크의 동작 방식을 잘못 이해하고 코드를 작성하는 경우.
    • 단순 실수: 변수명을 잘못 입력하거나, 조건문의 부등호를 반대로 쓰는 등의 단순한 오타나 부주의.
    • 의사소통의 부재: 기획자와 개발자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결과물을 만드는 경우.

    에러는 그 자체로는 시스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머릿속의 잘못된 생각이 현실화되어 코드나 설계서에 ‘실체’로 남겨지기 전까지는 말이죠. 따라서 에러를 줄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개발 프로세스 초기에 동료 검토(Peer Review), 페어 프로그래밍(Pair Programming), 명확한 요구사항 정의 등 사람의 실수를 조기에 발견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현실 속의 에러: “총 주문 금액이 5만원 이상이면 무료 배송”

    한 쇼핑몰의 기획자는 “총 주문 금액이 50,000원 이상이면 배송비는 무료”라는 정책을 수립했습니다. 이 요구사항을 전달받은 개발자는 배송비를 계산하는 로직을 코드로 구현해야 합니다. 이때 발생할 수 있는 ‘에러’의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사례 1 (논리적 에러): 개발자가 ‘이상’이라는 조건을 ‘초과’로 잘못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if (totalAmount > 50000) 이라고 코드를 구상했습니다. 이 경우, 정확히 50,000원을 주문한 고객은 무료 배송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 잘못된 생각 자체가 바로 ‘에러’입니다.
    • 사례 2 (구문 에러): 개발자가 totalAmount 라는 변수명을 totalAmout 라고 오타를 낼 생각을 했습니다. 혹은 자바스크립트에서 문자열 ‘50000’과 숫자 50000의 비교 방식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잘못된 비교 연산을 구상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착오 역시 ‘에러’입니다.

    이러한 에러는 개발자가 코드를 작성하여 시스템에 반영하는 순간, 다음 단계인 ‘결함’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함 (Defect): 시스템에 심어진 문제의 씨앗

    핵심 개념: 에러가 남긴 흔적, 코드 속의 버그

    ‘결함’은 사람의 ‘에러’가 소프트웨어 산출물, 즉 소스 코드, 설계서, 요구사항 명세서 등에 실제로 반영되어 남겨진 ‘결함 있는 부분’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흔히 ‘버그(Bug)’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 결함에 해당합니다. 결함은 시스템 내부에 존재하는 문제의 씨앗과 같아서, 특정 조건이 만족되기 전까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조용히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ISTQB에서는 결함을 “요구사항이나 명세서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실행 코드, 문서 등의 흠 또는 불완전함(An imperfection or deficiency in a work product where it does not meet its requirements or specifications)”이라고 정의합니다. 즉, ‘동작해야 하는 방식’과 ‘실제로 만들어진 방식’ 사이의 차이가 바로 결함입니다.

    앞서 ‘에러’의 예시에서 개발자가 if (totalAmount > 50000) 이라고 코드를 작성하여 저장소에 커밋했다면, 이 코드 라인 자체가 바로 ‘결함’이 됩니다. 이 코드는 요구사항(“5만원 이상이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명백한 흠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기획자가 요구사항 명세서에 “배송비는 3000원”이라고 써야 할 것을 “배송비는 300원”이라고 잘못 작성했다면, 그 문서의 해당 부분 역시 ‘결함’입니다.

    결함은 주로 테스트 활동을 통해 발견됩니다. 테스터는 요구사항을 기반으로 기대 결과를 설정하고, 소프트웨어를 실행시켜 실제 결과와 비교합니다. 만약 기대 결과와 실제 결과가 다르다면, 그 원인이 되는 코드나 설정의 어딘가에 결함이 존재한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발견된 결함은 Jira와 같은 결함 관리 도구에 기록되어 개발자가 수정할 수 있도록 추적 관리됩니다.

    현실 속의 결함: 코드 속에 숨어있는 로직의 함정

    쇼핑몰 배송비 계산 로직의 예시를 계속 이어가 보겠습니다.

    • 에러: 개발자가 ‘5만원 이상’을 ‘5만원 초과’로 잘못 생각함.
    • 결함: 그 잘못된 생각을 기반으로 if (totalAmount > 50000) 라는 코드를 작성하여 시스템에 반영함.

    이 결함이 포함된 코드는 시스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코드가 실행되기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 상황 1: 한 고객이 60,000원어치 상품을 주문했습니다. totalAmount는 60000이 되고, 60000 > 50000 은 참(True)이므로 배송비는 정상적으로 무료 처리됩니다. 사용자는 아무런 문제를 인지하지 못합니다.
    • 상황 2: 다른 고객이 40,000원어치 상품을 주문했습니다. totalAmount는 40000이 되고, 40000 > 50000 은 거짓(False)이므로 정상적으로 배송비가 부과됩니다.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처럼 결함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어 실행되기 전까지는 시스템 내부에 잠복해 있는 상태입니다. 이 잠복해 있는 문제의 씨앗이 마침내 발아하여 사용자에게 영향을 미칠 때, 우리는 그것을 ‘실패’라고 부릅니다.


    실패 (Failure): 사용자에게 목격된 시스템의 오작동

    핵심 개념: 결함이 실행되어 나타난 외부의 증상

    ‘실패’는 결함이 포함된 코드가 실행되었을 때, 소프트웨어가 사용자가 기대하는 기능이나 결과를 제공하지 못하는 ‘현상’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즉, 내부적으로 존재하던 결함이 외부로 드러나 관찰 가능한 오작동을 일으켰을 때, 이를 실패라고 합니다. 실패는 문제의 최종 결과물이며, 사용자가 “어, 이거 왜 이러지?”, “시스템이 다운됐네?”라고 직접적으로 인지하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ISTQB는 실패를 “컴포넌트나 시스템이 명시된 요구사항이나 암묵적인 요구사항을 수행하지 못함(Non-performance of some function, or non-compliance of a component or system with its specified or implied requirement)”이라고 정의합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는 소프트웨어의 ‘외부적인 동작’이라는 점입니다. 에러가 사람의 머릿속에, 결함이 코드 내부에 존재했다면, 실패는 사용자의 눈앞에 펼쳐지는 현상입니다.

    쇼핑몰 배송비 예시에서, 마침내 한 고객이 정확히 50,000원어치의 상품을 주문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1. 사용자는 “5만원 이상 주문했으니 당연히 무료 배송이겠지”라고 기대합니다.
    2. 시스템은 결함이 포함된 if (totalAmount > 50000) 코드를 실행합니다.
    3. totalAmount는 50000이므로, 50000 > 50000 이라는 조건은 거짓(False)이 됩니다.
    4. 따라서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배송비 3,000원을 부과합니다.
    5. 사용자는 예상과 다른 결과(배송비 부과)를 보고 시스템이 오작동했다고 인지합니다.

    바로 이 “예상과 달리 배송비 3,000원이 부과된 현상”이 바로 ‘실패’입니다. 이 실패를 보고받은 QA 테스터나 운영자는 원인을 추적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코드에 > 로 잘못 작성된 ‘결함’을 찾아낼 것입니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개발자가 ‘이상’과 ‘초과’를 혼동했던 ‘에러’가 있었음을 파악하게 될 것입니다.

    인과관계 총정리: 에러 → 결함 → 실패

    이제 세 개념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실수 (Error) → 코드 속 버그 (Defect) → 시스템의 오작동 (Failure)

    • 한 제빵사가 설탕과 소금을 헷갈리는 에러를 저질렀습니다.
    • 그 결과, 케이크 반죽에 설탕 대신 소금을 넣은 결함 있는 반죽이 만들어졌습니다.
    • 이 반죽으로 구운 케이크를 맛본 손님이 “케이크가 왜 이렇게 짜요?”라고 말하는 실패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이 인과관계가 항상 필연적인 것은 아닙니다.

    • 에러가 결함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 개발자가 코드를 잘못 구상했지만, 동료의 코드 리뷰 과정에서 실수를 발견하고 커밋하기 전에 수정하면, 에러는 결함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 결함이 실패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 코드에 결함이 존재하더라도, 해당 코드가 절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면(예: 이미 사용되지 않는 오래된 코드) 실패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또한, 결함이 실행되더라도 우연히 다른 로직에 의해 그 결과가 상쇄되어 사용자가 오작동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무리: 정확한 용어 사용이 품질 관리의 첫걸음

    에러, 결함, 실패. 이 세 가지 용어는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를 가집니다. 이들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소프트웨어 품질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구분에러 (Error)결함 (Defect / Bug)실패 (Failure)
    본질사람의 실수, 오해, 착각시스템 내부의 흠, 코드의 오류시스템 외부의 오작동, 현상
    발생 주체사람 (개발자, 기획자 등)소프트웨어 산출물 (코드, 문서 등)소프트웨어 시스템의 실행
    발견 시점리뷰, 검토 등 정적 분석 단계테스트, 코드 인스펙션 등시스템 운영 및 사용 중
    주요 활동예방 (Prevention)발견 및 수정 (Detection & Correction)보고 및 분석 (Reporting & Analysis)

    “결함 없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자”는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에러를 줄이자”는 목표는 명확한 프로세스 개선과 교육을 통해 충분히 달성 가능합니다. 개발 프로세스 초기에 리뷰를 강화하여 사람의 ‘에러’를 줄이고, 단위 테스트와 정적 분석을 통해 코드에 심어지기 전의 ‘결함’을 조기에 발견하며, 만약 ‘실패’가 발생했다면 그 근본 원인이 되는 에러까지 역추적하여 다시는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성숙한 조직의 품질 관리 활동입니다.

    이제부터 동료와 대화할 때, “여기 버그 있어요”라고 말하는 대신, “결제 화면에서 실패가 발생했는데, 아마 배송비 계산 로직에 결함이 있는 것 같아요. 최초 요구사항을 분석할 때 에러가 있었는지 확인해봐야겠어요”라고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처럼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작은 습관이 우리 팀의 의사소통을 명확하게 하고, 결국에는 더 나은 품질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튼튼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