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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기능은 필수인데, 속도는 왜 안 나오죠?”: 실패를 막는 요구사항 분류의 기술

    “이 기능은 필수인데, 속도는 왜 안 나오죠?”: 실패를 막는 요구사항 분류의 기술

    안녕하세요! 수많은 사용자 요청과 비즈니스 목표 사이에서 제품의 방향키를 잡고 계신 Product Owner(PO), PM 여러분, 그리고 소프트웨어 공학의 체계를 배우는 정보처리기사 수험생 여러분. 오늘은 ‘요구사항’이라는 거대한 퍼즐 조각들을 제자리에 맞추는 핵심 기술, 바로 ‘요구사항 분류’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로그인 기능은 만들었는데, 왜 이렇게 느리고 불안하죠?”, “결제는 되는데, 보안은 괜찮은 건가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이처럼 ‘기능’은 구현되었지만 정작 사용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의 근원은 대부분 요구사항을 제대로 분류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기능적 요구에만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요구사항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것은 단순히 목록을 정리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이는 제품의 품질을 결정하고, 개발의 우선순위를 정하며, 팀원 모두가 동일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전략적인 활동입니다. 이 글을 통해 요구사항 분류의 다양한 기준과 그 중요성을 이해하고, 균형 잡힌 제품을 만드는 통찰력을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목차

    1. 요구사항 분류, 왜 반드시 해야 하는가?
    2.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분류: 기능(Functional) vs 비기능(Non-functional) 요구사항
      • 기능 요구사항: 시스템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 비기능 요구사항: 시스템이 ‘어떻게’ 동작해야 하는가? (품질 속성)
      • 비기능 요구사항, 왜 놓치기 쉬울까?
    3. 관점의 차이: 사용자(User) vs 시스템(System) 요구사항
      • 사용자 요구사항: 사용자의 목표와 언어
      • 시스템 요구사항: 개발자를 위한 구체적인 지침
      • 사용자 요구사항에서 시스템 요구사항으로
    4. 보이지 않는 제약: 프로젝트(Project) 및 외부(External) 요구사항
    5. 성공적인 제품 개발을 위한 제언: 균형 잡힌 분류의 중요성

    요구사항 분류, 왜 반드시 해야 하는가?

    요구사항 개발 프로세스를 통해 수많은 요구사항을 도출하고 나면, 우리는 뒤죽박죽 섞인 아이디어와 요청의 홍수 속에 놓이게 됩니다. 이 상태로는 무엇이 더 중요하고 시급한지, 어떤 것이 제품의 핵심이고 어떤 것이 부가적인 요소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요구사항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것은 바로 이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는 과정입니다.

    요구사항을 분류하면 첫째, 제품의 전체적인 그림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의 기능뿐만 아니라 성능, 보안, 사용성 등 다양한 품질 속성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제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둘째, 합리적인 우선순위 설정이 가능해집니다. 모든 요구사항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는 없기에, 분류된 카테고리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가치와 개발 비용을 고려하여 무엇을 먼저 개발할지 전략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팀 내 의사소통이 명확해집니다. 각 요구사항의 성격을 명확히 정의함으로써 기획자, 개발자, 테스터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고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분류: 기능(Functional) vs 비기능(Non-functional) 요구사항

    요구사항을 분류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준은 ‘기능 요구사항’과 ‘비기능 요구사항’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프로젝트의 많은 문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기능 요구사항: 시스템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기능 요구사항(Functional Requirements)은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구체적인 기능이나 서비스, 즉 ‘무엇(What)’을 하는지에 대한 정의입니다. 사용자가 시스템을 통해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행하는 행동이나 정보 처리 내용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기능 요구사항은 일반적으로 “시스템은 ~해야 한다” 또는 “~할 수 있어야 한다”의 형태로 기술됩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 시스템의 기능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을 수 있습니다.

    • 사용자는 상품을 검색할 수 있어야 한다.
    • 사용자는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거나 뺄 수 있어야 한다.
    • 시스템은 사용자의 결제를 처리하고 주문을 기록해야 한다.
    • 관리자는 상품 정보를 등록하고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기능 요구사항은 우리가 흔히 ‘기능 명세’라고 부르는 것들의 기반이 되며, 사용자가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는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따라서 비교적 식별하기 쉽고, 이해관계자들도 명확하게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기능 요구사항: 시스템이 ‘어떻게’ 동작해야 하는가? (품질 속성)

    비기능 요구사항(Non-functional Requirements)은 시스템이 특정 기능을 수행할 때 ‘얼마나 잘(How well)’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요구사항입니다. 즉, 기능 자체보다는 시스템의 전반적인 품질, 성능, 보안, 사용성, 신뢰성 등과 같은 특성을 정의합니다. 이는 기능 요구사항이 만족스럽게 동작하기 위한 제약 조건이나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비기능 요구사항은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으며,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 성능 (Performance): 시스템의 처리 속도나 응답 시간. (예: 상품 검색 결과는 2초 이내에 표시되어야 한다.)
    • 보안 (Security): 비인가된 접근이나 데이터 유출로부터 시스템을 보호하는 능력. (예: 사용자의 비밀번호는 복호화 불가능한 방식으로 암호화하여 저장해야 한다.)
    • 사용성 (Usability): 사용자가 시스템을 얼마나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예: 사용자는 3번의 클릭만으로 상품 결제를 완료할 수 있어야 한다.)
    • 신뢰성 (Reliability): 시스템이 장애 없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운영될 수 있는지. (예: 시스템은 99.9%의 가용성을 보장해야 한다.)
    • 확장성 (Scalability): 사용자나 데이터가 증가했을 때 시스템이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 (예: 시스템은 동시에 10,000명의 사용자가 접속해도 성능 저하가 없어야 한다.)
    구분기능 요구사항 (Functional)비기능 요구사항 (Non-functional)
    정의시스템이 제공해야 할 기능 (What)기능이 동작하는 방식, 시스템의 품질 (How well)
    초점시스템의 행동, 서비스시스템의 속성, 제약조건
    예시사용자는 로그인할 수 있다.로그인 시도는 3초 이내에 응답해야 한다.
    검증기능이 동작하는가? (O/X)성능, 보안 기준을 만족하는가? (측정, 평가)

    비기능 요구사항, 왜 놓치기 쉬울까?

    많은 프로젝트에서 비기능 요구사항은 간과되기 쉽습니다. 사용자는 “로그인하게 해주세요”라고 말하지만, “로그인이 3초 안에 되면서 안전하게 처리되어야 해요”라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비기능 요구사항은 당연하게 여겨지거나, 기술적인 영역으로 치부되어 요구사항 도출 단계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능을 갖췄더라도, 시스템이 느리고 불안정하며 사용하기 어렵다면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Product Owner와 분석가는 사용자의 암묵적인 기대를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측정 가능한 비기능 요구사항으로 정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관점의 차이: 사용자(User) vs 시스템(System) 요구사항

    요구사항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사용자 요구사항과 시스템 요구사항으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이는 요구사항의 상세화 수준(Level of Detail)과 관련이 깊습니다.

    사용자 요구사항: 사용자의 목표와 언어

    사용자 요구사항(User Requirements)은 사용자의 관점에서 작성된 상위 수준의 요구사항입니다. 사용자가 시스템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나 필요한 서비스가 자연어(일상 언어)로 기술됩니다. 주로 비즈니스 관리자, 최종 사용자 등 비기술적인 이해관계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작성됩니다. 사용자 요구사항은 시스템의 세부적인 동작 방식보다는 ‘무엇을 원하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사용자 요구사항에 해당합니다.

    • “강의를 듣다가 궁금한 점을 바로 강사에게 질문하고 싶어요.”
    • “내가 관심 있을 만한 다른 강의들을 추천받았으면 좋겠어요.”
    • “모바일에서도 끊김 없이 편하게 강의를 보고 싶어요.”

    시스템 요구사항: 개발자를 위한 구체적인 지침

    시스템 요구사항(System Requirements)은 사용자 요구사항을 개발자가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용어와 형식으로 상세하게 풀어쓴 요구사항입니다. 시스템이 제공해야 할 서비스와 제약 조건에 대해 훨씬 더 구체적이고 정밀하게 기술됩니다. 이는 사용자 요구사항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의 출발점이 됩니다.

    사용자 요구사항에서 시스템 요구사항으로

    하나의 사용자 요구사항은 여러 개의 구체적인 기능 및 비기능 시스템 요구사항으로 분해될 수 있습니다. 앞서 예로 든 사용자 요구사항 “내가 관심 있을 만한 다른 강의들을 추천받았으면 좋겠어요”는 다음과 같은 시스템 요구사항들로 구체화될 수 있습니다.

    • [기능] 시스템은 사용자의 수강 이력 및 검색 기록을 분석해야 한다.
    • [기능] 시스템은 분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개인화된 강의 추천 목록을 생성해야 한다.
    • [기능] 시스템은 메인 페이지와 강의 상세 페이지에 추천 목록을 노출해야 한다.
    • [비기능] 추천 알고리즘은 24시간 주기로 업데이트되어야 한다. (성능/신선도)
    • [비기능] 추천 목록은 페이지 로딩 시 1초 이내에 함께 표시되어야 한다. (성능)

    이처럼 사용자 요구사항은 ‘문제’를 정의하고, 시스템 요구사항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Product Owner는 사용자 요구사항을 명확히 정의하여 제품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를 개발팀과 함께 상세한 시스템 요구사항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다리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제약: 프로젝트(Project) 및 외부(External) 요구사항

    기능/비기능, 사용자/시스템 요구사항 외에도 프로젝트 자체의 제약 조건이나 외부 환경에서 비롯되는 요구사항들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제품의 개발 방식과 범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프로젝트 요구사항 (Project Requirements): 프로젝트의 예산, 일정, 투입 인력, 사용해야 하는 특정 기술 스택(예: 반드시 Java와 Oracle DB를 사용해야 함) 등 프로젝트 관리 및 수행과 관련된 제약 조건들입니다.
    • 외부 요구사항 (External Requirements): 기업 외부에서 발생하는 법률, 규제, 표준 등을 준수해야 하는 요구사항입니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보호법(PIPA), 정보통신망법, 전자상거래법 등은 IT 시스템 개발 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력한 외부 요구사항입니다. 또한, 특정 산업 표준이나 품질 인증(예: ISO 27001 정보보안 인증) 요구사항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제약 조건들은 종종 타협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명확하게 식별하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공유해야 합니다.


    성공적인 제품 개발을 위한 제언: 균형 잡힌 분류의 중요성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요구사항은 다양한 기준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각 분류는 고유한 목적을 가집니다. 성공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모든 분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능 요구사항에만 매몰되지 말고, 제품의 품질과 사용자 경험을 결정하는 비기능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정의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사용자의 목소리인 사용자 요구사항에서 출발하되, 개발팀이 명확하게 일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시스템 요구사항으로 변환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우리가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프로젝트와 외부의 제약 조건을 명확히 인지하고 그 안에서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요구사항 분류는 단순히 문서를 정리하는 행정적인 업무가 아닙니다. 이는 제품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한정된 자원 속에서 최상의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활동입니다. 체계적인 분류를 통해 요구사항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로드맵을 그릴 때, 비로소 우리의 프로젝트는 실패의 위험을 줄이고 성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 “이게 아니었는데…” 프로젝트 실패를 막는 첫 단추: 요구사항 개발 프로세스 완벽 해부

    “이게 아니었는데…” 프로젝트 실패를 막는 첫 단추: 요구사항 개발 프로세스 완벽 해부

    안녕하세요! 사용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치열하게 고민하는 Product Owner(PO), 프로젝트 관리자(PM) 여러분, 그리고 정보처리기사 시험을 통해 소프트웨어 공학의 정수를 파고드는 미래의 전문가 여러분. 오늘은 모든 성공적인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자, 실패를 막는 가장 강력한 방패인 ‘요구사항 개발 프로세스’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공들여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외면받거나, 프로젝트 막바지에 “우리가 원했던 건 이게 아니에요”라는 말을 듣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요구사항’이라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입니다. 사용자와 이해관계자의 머릿속에만 있던 막연한 기대를 명확하고 구체적인 ‘요구사항’으로 정의하고, 이를 모든 팀원이 동일하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과정. 이것이 바로 요구사항 개발 프로세스의 핵심입니다. 이 글에서는 요구사항이 도출되고, 분석되며, 명세서를 통해 구체화되고, 최종적으로 확인되는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여러분의 프로젝트 성공 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목차

    1. 요구사항 개발 프로세스란? 왜 중요한가?
    2. 1단계: 요구사항 도출 (Elicitation) – 숨겨진 니즈를 찾아내는 탐사
    3. 2단계: 요구사항 분석 (Analysis) – 원석을 보석으로 다듬는 연마
    4. 3단계: 요구사항 명세 (Specification) – 모두의 언어로 기록하는 약속
    5. 4단계: 요구사항 확인 및 검증 (Validation & Verification) –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나침반
    6. 성공적인 요구사항 관리를 위한 제언: 반복, 그리고 소통

    요구사항 개발 프로세스란? 왜 중요한가?

    요구사항 개발 프로세스는 소프트웨어가 해결해야 할 문제와 갖춰야 할 기능, 성능, 제약 조건 등을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관리하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목록으로 만드는 것을 넘어, 이해관계자의 숨겨진 니즈를 발견하고(도출), 모순되거나 불분명한 요구들을 정제하며(분석),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문서화하고(명세), 최종적으로 이 요구사항들이 올바른지 점검(확인)하는 전 과정을 포함합니다.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잘못 정의된 요구사항 위에 지어진 시스템은 사상누각과 같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끊임없는 재작업과 일정 지연을 유발하고, 프로젝트 비용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합니다. 무엇보다, 최종 결과물이 사용자의 실제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해 외면받게 됩니다. 특히 제품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사용자 가치를 책임지는 Product Owner에게 이 프로세스에 대한 깊은 이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역량입니다.


    1단계: 요구사항 도출 (Elicitation) – 숨겨진 니즈를 찾아내는 탐사

    요구사항 도출은 사용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고객, 경영진, 현업 담당자 등)로부터 요구사항을 수집하고 식별하는 과정입니다. 마치 고고학자가 유물을 발굴하듯, 이해관계자의 머릿속에 흩어져 있거나 암묵적으로만 존재하는 요구사항을 겉으로 끄집어내는 단계입니다. 많은 경우, 사용자 자신도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 단계는 매우 중요하고 또 어렵습니다.

    주요 도출 기법

    • 인터뷰 (Interview): 가장 전통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이해관계자와의 일대일 또는 그룹 대화를 통해 심도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개방형 질문을 통해 사용자의 숨겨진 ‘Pain Point’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설문조사 (Surveys):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정량적인 데이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집할 때 유용합니다.
    • 사용자 관찰 (Observation): 사용자가 실제 업무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직접 관찰하여, 인터뷰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암묵적인 요구사항이나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Product Owner나 사용자 조사 담당자에게 매우 효과적인 기법입니다.
    • 프로토타이핑 (Prototyping): 간단한 작동 모델이나 화면 설계를 만들어 사용자에게 직접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방법입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많으며, 사용자가 자신의 요구사항을 구체화하도록 돕습니다.
    • JAD (Joint Application Development): 개발자, 사용자, 분석가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집중적인 워크숍을 통해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협업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개발한다면, 수강생 그룹과는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학습 편의성에 대한 요구를, 강사 그룹과는 관찰과 JAD를 통해 콘텐츠 관리의 효율성에 대한 요구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2단계: 요구사항 분석 (Analysis) – 원석을 보석으로 다듬는 연마

    도출 단계를 통해 수집된 요구사항들은 정제되지 않은 원석과 같습니다. 중복되거나, 서로 충돌하거나, 불명확하고, 기술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한 내용들이 섞여 있습니다. 요구사항 분석은 이러한 원석들을 다듬어 의미 있는 보석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주요 분석 활동

    • 요구사항 분류: 수집된 요구사항을 기준에 따라 분류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분류는 시스템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의하는 기능적 요구사항(예: 수강생은 강의를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과, 시스템의 품질이나 제약 조건을 정의하는 비기능적 요구사항(예: 웹사이트는 3초 이내에 로딩되어야 한다, 모든 개인정보는 암호화되어야 한다)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 개념 모델링: 요구사항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이해를 돕고 구조를 명확히 하는 활동입니다. UML(Unified Modeling Language)의 유스케이스 다이어그램(Use Case Diagram)을 통해 사용자와 시스템 간의 상호작용을 표현하거나, 데이터 흐름도(DFD)를 통해 시스템 내 데이터의 흐름을 분석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 상충 요구사항 해결: 이해관계자 간의 요구사항이 서로 부딪힐 때 이를 중재하고 협상을 통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경영진은 빠른 출시를 원하지만(Time to Market), 개발팀은 안정성을 위해 충분한 테스트 기간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Product Owner는 데이터와 비즈니스 목표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분석 단계의 핵심은 ‘왜(Why)?’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사용자는 왜 이 기능을 원하는가?”, “이 요구사항이 해결하려는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를 파고들어 요구사항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의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합니다.


    3단계: 요구사항 명세 (Specification) – 모두의 언어로 기록하는 약속

    분석을 통해 정제된 요구사항을 이제 모든 사람이 오해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문서화하는 단계가 바로 요구사항 명세입니다. 잘 작성된 요구사항 명세서(SRS, Software Requirements Specification)는 기획자, 개발자, 테스터, 디자이너 모두가 공유하는 ‘단일 진실 공급원(Single Source of Truth)’ 역할을 합니다.

    좋은 요구사항 명세의 조건

    • 명확성 (Unambiguous): 단 하나의 의미로만 해석되어야 합니다. “사용하기 쉬워야 한다”와 같은 모호한 표현 대신 “신규 사용자는 5분 이내의 튜토리얼만으로 핵심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처럼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 완전성 (Complete): 시스템이 수행해야 할 모든 기능, 성능, 제약 조건이 누락 없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 일관성 (Consistent): 요구사항 간에 서로 모순되는 내용이 없어야 합니다.
    • 검증 가능성 (Verifiable): 요구사항이 충족되었는지 여부를 테스트나 분석을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추적 가능성 (Traceable): 각 요구사항이 어떤 비즈니스 목표에서 비롯되었고, 어떤 설계 및 테스트 케이스와 연결되는지 추적이 가능해야 합니다.

    이전 글에서 다룬 소단위 명세서(Mini-Spec)는 바로 이 명세 단계에서 각 기능의 세부 처리 논리를 아주 상세하게 기술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명세는 단순히 글을 쓰는 행위가 아니라, 복잡한 시스템의 논리를 설계하고 모두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4단계: 요구사항 확인 및 검증 (Validation & Verification) –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나침반

    요구사항 명세서가 완성되었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이 요구사항들이 정말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 그리고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고 기록했는지를 최종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확인(Validation)’과 ‘검증(Verification)’이라고 부릅니다.

    • 확인 (Validation): “Are we building the right product?” (우리가 올바른 제품을 만들고 있는가?)
      • 이 요구사항이 사용자의 실제 필요와 비즈니스 목표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활동입니다. 즉, ‘고객의 관점’에서 요구사항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입니다.
      • 주요 기법: 요구사항 검토 회의(Requirements Review), 프로토타입 사용성 테스트, 사용자 승인 테스트(UAT) 등
    • 검증 (Verification): “Are we building the product right?” (우리가 제품을 올바르게 만들고 있는가?)
      • 요구사항 명세서 자체가 완전하고, 일관적이며, 명확하게 작성되었는지를 확인하는 활동입니다. 즉, ‘문서의 품질’을 검토하는 것입니다.
      • 주요 기법: 동료 검토(Peer Review), 워크스루(Walkthrough), 인스펙션(Inspection) 등

    예를 들어, 완성된 요구사항 명세서를 가지고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리뷰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검증(Verification) 활동입니다. 그리고 그 명세서를 기반으로 만든 프로토타입을 실제 사용자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것은 확인(Validation) 활동입니다. 이 두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개발에 착수하기 전에 오류를 조기에 발견하고 수정하여 막대한 비용과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요구사항 관리를 위한 제언: 반복, 그리고 소통

    요구사항 개발 프로세스는 폭포수처럼 한 번에 끝나는 선형적인 과정이 아닙니다. 도출, 분석, 명세, 확인은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계속해서 반복되는 순환적(Iterative)이고 점진적인(Incremental) 활동입니다. 특히 변화가 잦은 애자일 환경에서는 짧은 주기로 이 사이클을 반복하며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구체화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결국 성공적인 요구사항 개발의 핵심은 ‘소통’입니다. 이해관계자와 끊임없이 대화하여 니즈를 파악하고(도출), 팀 내에서 치열하게 토론하여 최적의 해결책을 찾고(분석),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약속을 만들고(명세), 그 약속이 올바른지 함께 점검하는(확인) 과정의 연속입니다. 이 험난하지만 중요한 여정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 바로 뛰어난 Product Owner와 PM의 역량일 것입니다.